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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아냐...항생제 내성, 오남용 막는 것이 관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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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는 수많은 생명을 구해온 약제로, 인류의 역사를 바꾼 약으로 평가받는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penicillin)'을 시작으로 항생물질에 대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인류는 세균으로부터 안전하게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균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인류가 항생제를 오남용 하는 사이, 세균은 변이를 일으키며 슈퍼박테리아로 거듭났다. 이른바 항생제에 저항력이 있는 '슈퍼박테리아'의 등장이다.

항생제 내성은 인류가 당면한 공중보건의 최대 위기의 하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항생제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항생제 내성 문제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국제사회에 각국의 항생제 내성 예방관리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올해 9월에 열린 un 총회에서는 항생제 내성에 관한 정치 선언문 채택을 통해 일반인의 인식 제고 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고, 미래 세대의 핵심인 청소년 대상 항생제 내성 학교 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국내 역시 항생제 내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대비 약 1.2배 높고,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항생제 중 약 30%가 부적절한 처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생제에 대한 인식도 낮은 편이다. 2023년 질병관리청이 수행한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경우 30% 이하에서만 항생제의 의미와 용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로 항생제 내성에 의한 감염 질환 증가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일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은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목(이하 cre) 감염증 발생 신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re 감염증은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대한 내성으로 발생하는 감염 질환으로, 최근 해외에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항생제 내성이 인류를 위협하는 지금,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항생제 오남용을 막는 것이다. 이에 하이닥 복약상담 이상봉 교수(정다운약국)와 함께 항생제 내성 문제의 심각성과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법을 짚어봤다. 다음은 이상봉 교수가 전한 항생제 내성 관련 일문일답.

q. 항생제는 정확히 어떤 질환에 쓰이나요. 감기약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항생제는 세균에 의한 감염 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로, 바이러스나 곰팡이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따라서 감기,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는 항생제가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감기 증상이 있을 때 항생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회복 속도가 빨라지거나 감염이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내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항생제는 주로 폐렴, 요로감염, 중이염, 부비동염 등 세균에 의해 발생한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수술 후 감염 예방을 위해 또는 특정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생제가 효과가 없지만, 2차 세균감염이 동반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항생제가 처방될 수 있습니다. 이는 감기의 기본적인 바이러스 감염에 더해 세균이 추가로 감염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세균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q. 그렇다면 항생제가 감기에 사용되는 경우가 궁금합니다.
첫 번째는 부비동염(sinusitis)이 동반된 경우입니다. 감기 증상이 오래 지속되고, 고열과 고름 같은 코 분비물이 나타나는 경우 세균성 부비동염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항생제가 처방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감기 증상 중 귀통증과 발열이 나타나고, 중이염이 확인될 때도 항생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인두염과 편도염(tonsillitis or pharyngitis)이 동반될 때도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데요. 특히 연쇄상구균 인두염 등 세균성 인두염일 경우 목통증과 함께 고열, 부종, 삼킴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기관지염(bronchitis) 또는 폐렴(pneumonia)이 동반되는 경우입니다. 감기 증상이 심해져 지속적인 기침, 발열, 또는 가래에서 농성 분비물이 관찰될 경우, 세균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 항생제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항생제가 이런 상황에서 처방되더라도, 사용 여부는 반드시 진료의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합니다. 일반인들이 감기에 항생제가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며,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내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q. 항생제 내성이란 무엇이며, 어떤 문제를 불러오는지 궁금합니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력을 갖게 되어, 이전에는 효과적이던 항생제가 더 이상 그 세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로 인해 항생제를 사용해도 감염이 치료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치료 실패: 기존에 사용하던 항생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더 강력하고 비싼 항생제를 사용하며, 치료 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2. 심각한 감염 확산: 항생제 내성 세균이 확산되면 감염 질환의 관리와 예방이 어려워져 공중보건에 큰 위협이 됩니다.

3. 의료 비용 증가: 내성으로 인해 새로운 약물 개발 비용이 증가하고, 치료 과정에서 추가적인 입원과 의료비가 발생합니다.

4. 합병증 증가: 내성으로 인해 적절히 치료되지 못한 감염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 위험도 증가합니다.

q. 그렇다면 항생제 내성은 왜 생기는 건가요?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주된 원인의 하나입니다. 감기나 독감처럼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 항생제 내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거나 약을 남기는 등 처방된 항생제의 복용 기간을 지키는 것도 원인이 됩니다. 아울러, 가축 사육 환경에서 항생제를 남용하면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파되어 항생제 내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항생제 내성을 막는 '올바른 항생제 복용법'에 대해 짚어주신다면요.
항생제는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올바른 복용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항생제 내성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1.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복약지도를 따르세요
- 항생제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합니다.
- 질병의 원인에 따라 항생제의 종류와 복용 기간이 다르므로, 자의적인 복용은 피해야 합니다.

2. 정해진 복용 기간을 끝까지 지키세요
-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처방된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해야 합니다.
- 복용을 중단하면 세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내성을 가진 세균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3. 임의로 복용량을 조절하지 마세요
- 항생제를 적게 복용하거나 복용 간격을 늘리는 것은 약효를 떨어뜨리고 내성균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4. 남은 항생제를 재사용하지 마세요
- 과거 처방을 받은 항생제를 보관해 두었다가 새로운 감염 증상이 나타날 때 스스로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 정확한 진단 없이 항생제를 사용하면 내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5. 감기나 독감에는 항생제를 요구하지 마세요
- 바이러스 질환에는 항생제가 효과가 없으므로, 불필요한 사용은 내성 문제를 키울 뿐입니다.

6. 복용 중 부작용이 발생하면 즉시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 발진, 설사, 구토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해 대체약이나 적절한 조치를 받으세요.

q. 항생제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올바른 항생제 복용은 개인 건강뿐 아니라 공중보건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약물 사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실천으로 항생제 내성을 예방하고 건강한 환경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도움말 = 이상봉 교수(정다운약국)